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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시 휠체어 육상 박윤재선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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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 1,491회 작성일 19-09-0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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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국장애인체전 휠체어 육상 스타트 라인에 앳된 얼굴의 낯선 선수가 들어섰다. 열여덟 살의 최연소 선수를 의식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스타트 총성이 울리기 전까지는. 첫 성인 대회 출전이라는 꼬리표가 무색하게 그는 전력 질주했고 5000m 종목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윤재라는 신인 선수의 반란에 가까웠다. 순간 관중석에 있던 선수의 부모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반신반의했던 육상 선수로의 삶이 비로소 시작된 것이다. 두 번째 전국장애인체전 출전을 앞두고 빗속의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박윤재 선수를 만났다.

소년에서 선수로, 본격적인 레이스를 시작하다

                       

척수 장애를 가지고 있던 박윤재 선수는 건강을 이유로 운동을 시작했다. 배구 선수 출신의 김영미 체육 교사의 조언에 따라 육상에 입문할 때도 그저 가벼운 마음이었다.

“예전에 장애인 마라토너 김수민 선수를 TV에서 보고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었어요. 어린 나이에 봐도 멋있어 보였거든요. 그런데 제가 같은 육상 트랙 위에 서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제38회 전국장애인체전은 박윤재 선수 인생의 반환점이었다. 휠체어 육상을 열다섯 살부터 시작했지만 이 대회에 출전하기 전까지 운동을 지속할지 고민이 컸다. 훈련을 하다 말다 반복하면서 마음속에 육상에 대한 흥미가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은 열일곱 살 때였다. 훈련을 재개하며 출전한 첫 대회가 전국장애인체전이다.

“막상 선수가 되고 보니 실전은 또 다르죠. 재미도 있지만 힘들 때가 많아요. 매일 오전엔 안산의 와스타디움의 트랙에서 연습하고 오후엔 웨이트로 체력을 다지죠. 온종일 운동만 해요. 나머지 시간은 무조건 잠들죠. 체력적으로 정말 힘드니까요. 운동 후에 푹 쉬지 않으면 다음 날 훈련까지 지장이 가거든요. 긍정적인 생각으로 저를 다스려요. 제가 좀 심심한 스타일이죠?(웃음)”

매일 3, 40km를 달리는 훈련량을 소화한다. 적게는 트랙 75바퀴, 보통 100바퀴를 도는 꼴이다. 이를 악물고 달리던 트랙에서 약속한 바퀴 수를 채우고 내려오며 “힘들긴 한데 재밌어요”라고 능글능글하게 웃는 모습은 딱 10대 소년의 얼굴이었다. 몰아쉬는 숨 가쁜 호흡만이 그의 숨은 노력을 설명했다.

박윤재 선수의 강점은 파워다. 휠을 누르며 나가는 힘이 좋은 반면 중장거리 선수로서 체력이 좀 아쉽다고 자평했다. 그래도 자신의 부족한 부분은 실전에서 경쟁심으로 보충된다고. “시합에 나가 내로라하는 선수들과 뛸 때면 신나요. 긴장하면 오히려 실력 이상이 나오는 것 같고요. 요즘 기록상 정체기라 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승부욕을 발판으로 열심히 연습하고 있어요.”


육상선수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지난해 전국장애인체전 10km 경기 때의 짜릿했던 기분을 소환했다. “저보다 나이 많은 선수를 제치던 순간이요! 기록상으론 제가 못 이길 줄 알았던 선배였는데 어느새 제 뒤로 쳐지고 있었죠. 그 순간 처음으로 느껴 본 쾌감이 정말 좋더라고요.”

그렇지만 쾌감은 찰나일 뿐. 800m, 1500m, 5000m, 10km에 이르는 장거리 트랙 위에선 한계점이 찾아오게 마련이다. “코앞의 선수가 이쯤에서 포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해요. 그런데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죠. 오랫동안 세워온 전략을 떠올리며 파이팅하다가 생각마저 희미해지면 기도를 해요. 하하.(박윤재 선수는 천주교 신자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야 할 땐 ‘부모님 사랑합니다!’라는 말도 나도 모르게 튀어 나오고요.” 늘 아픈 손가락 같던 아들이 육상선수로 새로운 인생을 펼친 이후, 걱정 마를 날이 없는 부모의 마음을 박윤재 선수도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현재 박윤재 선수를 지도하며 함께 살고 있는 전 국가대표 출신 박정호 감독은 “이기기 위한 시합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텐데 윤재는 선한 성품 덕분에 잘 이겨내고 있습니다”라며 강한 믿음을 드러냈다. “테크닉보다는 윤재의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해서 기본기를 충실히 다져나가면 향후 발전가능성이 큰 선수죠. 실제로 작년보다 실력도 많이 늘었고요.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이 국가대표에 대한 욕심을 가지고 있다는 거예요. 스스로 노력하고 있으니 조만간 놀랄만한 성적이 나오지 않을까 해요.”

박정호 감독과 그를 육상 종목으로 이끌었던 김영미 교사, 명혜학교의 육상 클럽 친구들이 훈련 내내 박윤재 선수와 함께였다. 어떻게 실력을 향상할지 함께 의논하며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는 든든한 조력자들에게서 많은 힘을 얻고 있다.

전국장애인체전, 새로운 파란을 기대하며

지난해 성인 선수들과 처음 겨뤄 메달의 맛을 보여준 전국장애인체전은 박윤재 선수의 미래를 열어준 출발선과도 같다. 대회 전 7, 8월에 몸이 아픈 바람에 9월이 되어서야 본격적인 운동을 재개할 수 있었고 체전까지 단 한 달간의 시간만이 허락된 상황이었다. “그때 박정호 감독님이 없었다면 메달은 고사하고 꼴등을 맡아놨을 거예요. 속성으로 짧고 굵게 훈련하면서 기량이 크게 늘었죠.” 집중 훈련 끝에 은메달 2개와 동메달 2개라는 기분 좋은 성적을 받아들고 육상 선수로의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그때 많은 사람이 놀랐죠. 예상치 못한 저의 등장으로 올해 다른 선수들의 승부욕이 많이 올라왔을 것 같아요. 이번 대회엔 저보다 어린 선수도 출전한다고 해요. 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뿐입니다.”


                       

박정호 감독은 항상 목표를 높게 두라고 주문한다. 선배들보다 기량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금메달을 꿈꾼 선수와 아닌 선수의 차이는 크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번 전국장애인체전에선 5000m 종목의 금메달을 목표로 맹훈련 중이다.

“경기 중에 제가 치고 빠지는 전략을 주목해서 보시면 한결 재밌을 것 같아요. 중장거리 경기 중에 선수들 간의 심리전이 대단하거든요. 물론 트랙 위의 스피드는 기본이고요.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보여드릴게요.”

박윤재 선수에게 미래를 꿈꾸게 하고 경쟁력을 갖추는 계기가 되어준 전국장애인체전이 두 달 여 앞으로 다가왔다. 십 대의 마지막 여름 방학은 전국장애인체전을 겨냥한 집중 훈련으로 기량을 한껏 끌어올릴 계획이다.조금 더 집중하고 노력해서 인터뷰한 보람이 느껴지는 선수가 될게요!라는 약속을 남긴 박윤재 선수. 트랙 위에서 그 약속이 지켜지기를, 전국장애인체전을 넘어 전 세계에 멋진 휠체어 육상 한국 대표로 우뚝 서주기를 바란다.


   [출처] 제39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공식 블로그 100인 Interview